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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진 지식하우스 출판. 김진애 지음.

 우연히 도서관에서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지은이가 건축일을 하면서 글도 쓰고 강의도 하시는 분이라는데, 책 내용이 쉽고 재밌어서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가끔 너무 어렵고 한국말인데도 당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책들을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머리가 아플 때나 잠들기 전 가벼운 마음으로 잠깐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다)

 낙엽지는 가을도 아니고, 하루종일 비내리는 장마철도 아니건만 요즈음 괜히 몸도 마음도 힘들어진 탓에 뭔가 신나고 기운나는 것을 찾고 있던 나에게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 나아갈 날들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작은 구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순서와 상관없이 손이 가는대로 마음이 내키는 대로 읽어 내려갔다. 유쾌한 관계/ 공간/ 발상/ 세대 프로젝트로 구분이 되어 있지만, 결국에는 하루하루를 즐겁고 신난게 살자-라는 게 아닐까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길을 잃어보는' 내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길눈도 어둡고, 길을 안다고 해도 오고 가는 도중에 한번에 쉬지 않고 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도 지각을 해도 뛰지 않는 버릇은 회사에 다니게 되면서 고쳐지기 시작했으니까. 시간에 쫓겨 뛰기 싫어서 아예 일찍 나오거나 지각을 하게 되면 빨리 가겠다는 마음을 접으니 포기도 빠르다.

 지금과 다르게 어릴 때는 작은 골목이 이어져 있는 주택가에 살았는데, 골목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자 놀이터이자 모든 상상이 실현되는 곳이었다. 가끔 아빠와 산책을 나가서 노래도 부르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곳 또한 골목이었다. 담장 밖으로 들리는 tv 소리와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도 그 옛날 골목길에서 맡을 수 있었다.

 베이징에 있을 때, 어린 시절 느꼈던 골목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사람사는 듯한 골목을 여러번 본 적이 있다. 베이징은 특히나 '후통'이라 불리는 골목을 관광화 시켰을 만큼 골목이 많은 곳이다. 지금은 올림픽과 개발의 결과로 많은 곳들이 사라지긴 했지만 말이다.

 한번은 무작정 버스를 타고 가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서 내린 적이 있다. 4월 초순이라 볕이 없는 아침 저녁으로는 바람이 불고 쌀쌀할 때였는데, 사람들이 내려 걸어가는 곳으로 따라 들어가니 재래시장이 나오고 그 시장을 중심으로 줄줄이 가정집들이 붙어 있었다. 복잡한 시장을 지나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다보니 동네 꼬마 아이들이 노는 모습과 중국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작'을 하는 노인들, 그리고 직업이 뭘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젊은이들까지 학교 근처나 시내에서는 볼 수 없는 베이징의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루한 내 옷차림 때문인지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조차 의식하지 않는 그들을 한참 느끼다가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을 다시 찾아 큰길까지 나오는데 한참이 걸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그 후미진 골목의 추억을 되살려본다.

 지나간 소소한 일상의 기억들을 더듬어보며,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나날들 또한 언젠가 되돌아 보았을 때 흐뭇하게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추억들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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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킨킨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