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수업을 듣던 수업이 끝나서 한가해진 토요일 오후. 뮤지컬 헤드윅을 보러 대학로로 출동! 강남역에서 저녁을 먹고 지하철 타러 가다 지나가는 사다리에 부딪치지만 않았어도 더 재밌게 봤을 텐데. (역시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으니 보험에 들길 잘 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지하철을 탔다)
-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왔음

헤드윅- 사실 헤드윅에 대한 것을 알게 된 것은 2004년 여름. 나의 벗 박모양이 런던에 있을 때 '이 때가 기회다'를 연발하며 충동적으로 런던행 비행기를 타고, 때마침 에딘버러 페스티벌을 보러 스코틀랜드에 가게 되었다. 에딘버러 페스티벌 작품 중에 '헤드윅 앤 앵그리 원 인치'라는 공연이 있었고, 이걸 계기로 박모양이 설명을 해주었다. 영화 헤드윅을 봤는데 어쩌구 저쩌꾸.... 우리는 헤드윅을 보기로 결정하고 표를 사고 자정 공연-_-을 보게 되었다.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우리가 묵었던 한국인 민박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연장이 있었고, 사실 공연장이라고 할 수도 없는 교회의 지하 공간이었다. 유럽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동양 여자들은 아마 우리 둘 뿐이었으리라 (밤이고 비까지 와서 잘 기억은 안 난다)
당연히 영어 공연이라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고, 낮에 심하게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서인지 그 시끄러운 사이에서 졸기까지 했다. 하지만, 중간에 헤드윅 역을 맡은 남자가 여장을 하고 화장이 다 번지도록 심하게 우는 장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 기억을 가지고 뮤지컬 헤드윅- 한국인, 그것도 이석준 버젼- 을 보게 되었다. 아이다를 못 본 것이 매우 한이 되는... 멋진 이석준의 헤드윅이라니.
첫 등장부터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요염하고 이쁜 헤드윅을 보여줬고, 헤드윅에 많이 가깝지는 않지만 이석준 스타일의 헤드윅을 표현해서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공연에 대한 구구절절한 얘기는 생략- 하고. 대학로SH 클럽에서 공연을 했는데 앞자리와의 턱높이 차이가 없는 곳이라 매우 답답했다. 다행히도 나의 좌석은 앞좌석과 한칸 위에 있어 잘 보였지만 내 자리부터 4줄 정도까지는 고개를 치켜들고 봐야했을 듯. 그리고 동행한 김모 언니는 꽤 전문가적인 시점에서 엠프 상태가 좋지 않아 노래 가사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사실 나도 노래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어 조금 아쉽긴 했으나 이석준이 멋있으니 가사 따윈 상관없다고나 할까-_-
엠프가 어찌됐든 좌석의 높낮이가 없든간에, 뮤지컬 헤드윅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아니, 여자가 되어야만 하는 남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해주었다. 남자가 여자가 되고, 여자가 남자가 될 수 있는 세상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 오죽했으면, 얼마나 간절했으면 하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었다고나 할까.
한 가지 더! 대학로에서 공연끝나고 조용히 얘기할 만한 좋은 까페가 있었다. 타셴이라는 카페인데 대학로 디자인 제로에서 민토쪽 골목으로 오다보면 가파른 언덕을 내려오게 되는게 거기 바로 앞이다.
어둡고 깔끔한 디스플레이도 맘에 들고, 아이스 밀크 티도 양많고 맛있었다. 가장 맘에 드는 이유는 서양 화가들의 화보집이라고 해야하나... 관련 책들이 많이 있어서 편하게 가져다 볼 수 있다는 것. 내 사랑 폴 고갱도 있었고, 에곤 실레도 있었다.
다음엔 낮에 가서 접수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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